"제약 회사에서 퀀텀 점프"…창업주의 손자 '1440조' 우주 찜했다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4-01-11 17:09   수정 2024-01-11 17:19


보령(옛 보령제약)이 우주정거장 사업 법인을 설립하고 우주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 제약사의 틀을 넘어 '우주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김정균 보령 대표의 사업 구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은 미국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기업 액시엄스페이스와 국내 합작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하고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를 공식 출범했다고 11일 밝혔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민간 우주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브랙스는 보령과 액시엄이 51대 49 비율로 공동 출자했다.

브랙스는 지구 저궤도(LEO)에서의 액시엄 기술과 우주정거장 인프라를 활용한 모든 사업의 국내 독점권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업 우선권을 갖는다. 주요 사업으로는 우주정거장 내 연구와 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모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한다.

우주정거장 실험은 초기 계획부터 발사, 수송, 실험 수행 등 전 과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우주인 프로젝트도 추진해 저궤도 우주산업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 우주정거장 모듈 개발에서는 신소재, 반도체, 에너지 등 다양한 국내 산업과 협력 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우주정거장 등을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상업 활동도 나서기로 했다.

제약 분야에서 업력을 쌓아온 보령이 우주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기업 체질 개선을 꾀하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강해서다. 2022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김 대표는 김은선 보령 회장의 장남으로,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손자다. 보령이 본격적으로 우주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 시기와 김 대표의 취임 시기가 동일하다.

우주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는 'CEO 서한'에서도 드러난다. 김 대표는 지난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CEO 서한에서 "미지의 환경인 우주에서 인체가 겪을 문제에 주목했고, 우주 생존에 필요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보령은 제약만 하는 회사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주에서의 건강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는 곳이 없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보령의 우주 사업에 대한 의지는 사명 변경과 투자 집행에서도 드러난다. 보령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기존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변경했다. 제약 사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보령뿐만 아니라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일본 타이호제약,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2000년대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주 헬스케어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은 우주에 머무는 사람을 위한 의약품 연구개발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신약 개발은 지구에서 진행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온전한 단백질 결정이 형성될 수 있어 질병의 단백질 구조 파악이라는 필수 과정에 유리해서다.

우주 산업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외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제약, 반도체, 미용, 건강 제품, 식품 등을 포괄하는 우주경제 시장이 2021년 4693억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브랙스 최고경영자(CEO)에는 임동주 보령 뉴포트폴리오인베스트먼트(NPI) 그룹장이 선임됐다. 임 대표는 그간 액시엄스페이스 투자를 비롯한 보령 우주 사업 실무를 총괄해왔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는 기업 자문 전문가인 이호 변호사가 선임됐다.

보령 관계자는 "보령은 2022년부터 여러 우주 관련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우주헬스케어' 시장에 대해 관심이 높은 스타트업, 투자자, 학계, 정부 기관 등 다양한 플레이어를 모아 우주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임 CEO는 "우리나라가 우주 탐사와 과학연구, 상업적 목적 등을 위해 우주정거장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LEO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우주정거장을 연구개발과 실험에 활용하려는 수요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서프레디니 액시엄스페이스 대표는 "보령은 혁신적인 접근 방식으로 한국 우주산업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데다 오랜 기간 액시엄의 주요한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다"며 "보령과 함께 저궤도 인프라의 미래를 만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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